• 웰니스스토리
  • 겨울
몇몇 사람들은 겨울이 따뜻한 계절이라는 비밀을 알고 있다.
그들은 겨울 안에서 작은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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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 아래에도 봄이 오면
꽃을 피울 작은 씨앗이 잠들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
꽁꽁 언 계곡물 아래에서도
세차게 헤엄치는 송사리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겨울을 더없이 따뜻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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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는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의 중심에서 나무를 태웠다.
나무 도마에 불을 놓아 모양과 글을 새기는 '나무도마 우드버닝'.

태어나 처음 해보는 일이라 능숙하진 않았지만,
내 움직임에 따라 나무를 태워 글자와 무늬를 새겨보는 경험은 특별했다.
특히나 은은히 풍기는 나무 타는 향이 어찌나 좋은지,
도마를 완성한 후에도 더 오래 향을 맡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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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옮긴 우리는 작게 만들어진 모닥불 앞에
나란히 앉아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았다.

나무와 불 불과 나무는 곁에만 있어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신비로운 불길 사이를 바라보면
복잡했던 머릿속도 천천히 녹아내려 깨끗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겨울날 모닥불에 빠질 수 없는 군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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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냄새, 나무 냄새, 아로마 향,
앞산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장작이 타는 소리,
군고구마가 익어가는 소리, 조용히 들려오는 싱잉볼 소리.

자연 안에서의 온전한 휴식.
세상 그 무엇과도 연결되지 않은 산중의 겨울에, 나와 당신만이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서두르지 않았고 불안해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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