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니스스토리
  •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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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당신이 머리 위에 바다가 떠 있다며 고개를 들어보라 말했다.
‘이런 첩첩산중에 웬 바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다.

머리 위로 당장이라도 파도가 쏟아질 것처럼 푸른 하늘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모든 것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계절,

우리는 산 중턱에서 드넓은 바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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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림 계곡을 따라 이어진 트레킹 코스는 그야말로 자연의 요람이다.
‘깊게 뻗는 뿌리, 우람한 나무, 만개하는 꽃, 활짝 펼쳐진 잎새.

산의 정기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산이 내뿜는 생생한 활력이 오감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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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오르던 우리는 나란히 바위 위에 앉아
힘차게 쏟아지는 계곡물에 슬쩍 발을 담갔다.
짜릿한 시원함이 순식간에 머리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온다.

한여름, 시린 발을 동동 구르던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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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가벼워진 몸과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기분 좋은 음악에 발걸음을 멈추고 통나무 의자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자연이 들려주는 생명 가득한 소리들이 더해지니
듣고 있던 음악이 비로소 대자연의 심포니를 완성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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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서는 요람을 만났다.
솔향기가 점점 짙어진다 싶더니 어느새 눈앞에 소나무가 빼곡한 숲이 나타났다.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의 중심에서,
우리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설치된 해먹에 올라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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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짙어지는 솔향기, 풀과 땅의 내음,
자연의 음율에 맞춰 흔들리는 해먹.
아, 이것이 바로 자연의 요람에서 취하는 온전한 휴식.

너무도 평온한 나머지 스르륵 눈이 감겼었는데,
누군가 나를 애정 어린 목소리로 부르길래 다시 눈을 떴다.

내 앞에, 소나무처럼 푸르른 당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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